지난 100여 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 온 동물 문학의 고전, 일반판. 1860년 영국에서 태어난 시튼은 야생 동물들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살다가 1946년 미국에서 세상을 뜬 사람이다. 저자는 끊임없이 동물과 자연을 관찰했지만, 그의 시선은 학자의 것이라기보다는 작가의 것이었다. 자신이 본 것, 자신이 체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다. 저자가 남긴 많은 책 중 동물에 관한 이야기들만을 골라서 한데 묶었다.
P. 22~23 로보는 자기 부하들이 하는 꼴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었는지, 언덕에서 일어나 크게 울부짖으며 소 떼 속으로 달려 들어갔다.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란 소 떼의 대열이 한순간에 무너져 버리자, 로보는 곧장 그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. 소 떼는 마치 터져버린 폭탄의 한 파편처럼 곧 산산이 흩어졌다. 로보가 목표물로 삼았던 소는 20여 미터도 채 가지 못하고 잡히고 말았다.
그 암소의 등에 올라탄 로보는 소의 목덜미를 물고는 있는 힘을 다해 땅으로 내동댕이쳤다. 머리부터 바닥에 곤두박질쳐진 암소가 받은 충격은 정말 엄청났을 것이다. 로보 역시 공중에서 한 바퀴 돌기는 했지만, 곧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. 그러자 로보의 부하들이 그 불쌍한 암소에게 달려들어 순식간에 물어 죽였다. 로보는 죽이는 일에는 가담하지 않았다. 녀석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. “고작 이런 일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시간을 낭비하다니……. 바보 같은 녀석들.”
P. 44~45 물론 나는 최후의 수단으로 총을 가지고 있었지만, 이 멋진 털가죽에 상처를 입히고 싶지는 않았다. 그래서 캠프로 전속력으로 말을 몰고 가, 카우보이 한 명과 함께 새 올가미를 가지고 되돌아왔다. 잠시 후 나무토막을 던져 주자 로보는 그것을 이빨로 꽉 물었고, 우리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올가미를 허공으로 던져 녀석의 목을 졸라맸다.
로보의 매서운 눈에서 빛이 사라지기 직전에 나는 소리쳤다. “멈춰! 죽이지 말고 산 채로 캠프까지 끌고 가자.” 다행히 로보가 탈진해 있었기 때문에 입에 재갈을 물리고 굵은 밧줄로 턱을 단단히 감은 다음 막대에 꿰어 매는 일은 쉽게 끝났다. 밧줄과 막대가 서로 꽉 얽혀 있었으므로 녀석은 이제 위험스런 존재는 아니었다. 턱이 묶인 것을 안 로보는 더 이상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소리도 내지 않은 채 그저 조용히 우리를 바라보았다.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. “결국 날 잡았군. 이제 마음대로 해 보라구.” Это и многое другое вы найдете в книге 커럼포의 왕, 로보 (Э. Сетон-Томпсон)